꿈같은 휴가가 끝나고 남는 건 아마도 까맣게 그을린 피부와 여행의 기억을 한 조각씩 담아온 사진들. 평소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만 여행지에서만큼은 무거운 카메라보다 핸드폰 카메라를 애용한다. 카메라보다 가볍고, 예쁘게. 여행지에서의 '인생 샷' 촬영을 위한 에디터의 카메라 어플 추천.

1. 쉽고 예쁜 필터 9cam

(For iPhone, Android)
 

여행지에서의 사진 촬영은 스피드가 생명.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을 담아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찰나의 아름다움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9cam은 사용자의 그런 니즈를 잘 파악해 쉽고 직관적인 디자인을 사용한다. 9가지의 필터를 옆으로 밀어 넘기기만 하면 끝. 막 찍어도 인생 샷이라는 9cam 부제목처럼, 어떻게 찍어도 감성이 넘쳐나는 결과물을 제공한다. 화사하고, 색감이 풍부하며 선명한 느낌을 준다.

그중 에디터의 추천 필터는 9, 8번 필터. 화사하고 깨끗한 색감을 자랑하는 9번 필터는 풍경과 건물 사진을 찍는데 제격이다. 특히 호텔방을 찍으면 그 깨끗함이란, 공식 사진 못지않은 느낌이다. 바닷가나 풍경을 찍을 때도 9번 필터를 사용하면 청량함과 색감을 더 뚜렷하게 살릴 수 있다.

실제로는 타죽을 것 같은 날씨가 청량미 넘치는 사진으로 바뀌는 느낌. 조금 과한 필터를 입혀 사진보다는 느낌에 충실한 8번 필터는 인스타 샷에 딱 어울리는 필터. 맥주 한잔하기 좋은 펍이나 음식 사진을 찍는 것에 적합하다. 나중에 보면 이 세상 감성이 아닌 것 같더라.

2. 여자 친구 인생 샷엔 SOVS

(For iPhone, Android)
 

사진 고자들은 모두 주목. 자기 눈엔 내가 이렇게 보여? 남자친구와 여행 갈 때마다 속상해지는 모든 여자들에게, 아니 모든 남자들의 핸드폰에 꼭 깔아야 할 인생 샷 어플이다. SOVS는 연예인, 인스타 스타 등의 포즈를 따라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카메라 위에 예쁜 포즈의 사진을 오버레이 하는 형식으로 촬영이 가능한 것.

또한 흰색 실선으로 라인이 그려진 포즈를 선택하고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있어, 원하는 포즈를 선택해 위치를 잡고 이대로 찍어달라고 하기만 하면 된다. 또한 내가 찍어준 사진을 반투명 상태로 조절해 같은 구도로 촬영을 요청할 수도 있다.

내 맘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백 장이고 이백 장이고 셔터를 누르던 시대는 이제 갔다는 말씀. 내가 서 있을 곳을 정하고 그 위치에 맞춰 찰칵, 한 번의 셔터 면 충분하다. SOVS 앱은 개인 샷, 연인샷, 친구 샷 등 인원수나 콘셉트에 맞춘 포즈와 구도 샘플을 제공한다. 평소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갤러리에 온통 차렷 자세밖에 없다면, 이제는 SOVS 앱을 깔아야 할 때.

3. 우울한 날씨도 살려내는 PICNIC

(For iPhone, Android)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지에 도착했는데, 하늘이 우중충해 어떻게 찍어도 사진이 우울하다면? 현실의 날씨는 바꿀 수 없어도 사진 속 날씨는 바꿀 수 있다. 언제든 피크닉 같은 하늘을 자동 합성해주는 PICNIC 앱이 바로 그것. 앱 내에는 피크닉, 블로섬, LALA, 앨리스 등의 다양한 필터가 있다.

각각의 필터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오로라와 밤하늘, 노을이 지는 분홍빛 하늘, 맑은 오후의 하늘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가 원하는 필터를 지정하여 클릭만 하면 끝이다. 비가 쏟아질 듯 우울한 하늘이 1초 만에 파란 하늘로 바뀌는 마법이란! 더 이상 날씨 탓을 하며 예쁜 사진들을 삭제할 일은 없다.

4. 이 정도면 기억 조작, 아날로그 시리즈

(For iPhone)
 

눈으로 보는 것보다 액정에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운 이름하여 '기억 조작' 앱. 도쿄, 파리, 서울, 베이징 등의 도시를 콘셉트로 각 도시를 컬러화하여 나타낸 것이 특징이다. 가령 아날로그 도쿄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맑고 푸른 느낌이 드는 것이 특징이며 아날로그 파리의 경우 로맨틱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필터 효과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날로그 시리즈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새로운 도시 시리즈도 하나씩 업로드되고 있다. 그중 에디터의 추천 도시는 아날로그 파리와 아날로그 포틀랜드.

파리의 필터는 전체적으로 핑크빛 무드를 자아낸다. 따라서 흐린 하늘도 로맨틱하게, 별것 없는 풍경도 세상에서 가장 달콤해 보이게, 연인의 얼굴은 더욱 사랑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 포틀랜드의 필터는 그와 반대로 색감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어 전체적으로 나른하고 오히려 포근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침실이나 커피 한 잔,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무드에 잘 어울리는 필터. 선 촬영 후 보정도 가능하고 필터를 입혀 그대로 촬영도 가능하다.

유료 앱이지만 아날로그 시리즈를 하나씩 모으는 재미에 푹 빠진 유저들도 많다고 하니, 그 인기는 가히 대단하다고 할만하다.

5. 전문가 부럽지 않은 보정, VSCO

(For iPhone, Android)
 

카메라 어플 추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해 사진 필터 앱 계의 터줏대감 같은 VSCO. 예쁜 색감의 필터가 가득하며 부분 유료 필터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용 가능한 무료 필터만으로도 만족도가 높다는 평이 많다. VSCO 앱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섬세한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평소 내 맘에 딱 꽂히는 필터가 없었던 분들이라면 D.I.Y 형식의 이 앱을 재밌게 사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색감에 따라서 선택이 가능한 기본 필터들을 시작으로, 채도나 명암 노이즈까지 하나하나 조절이 가능한 프리셋까지, 사진 편집 아플 계의 끝판왕이라 할만하다. 다양한 기능과 필터를 하나하나 가지고 놀다 보면 분위기 넘치는 사진을 득템할 수 있고, 그중에서도 특히 인스타 스타일의 감성 넘치는 사진을 만들어 내는 것에 적합하다. 물론 전문가 같은 보정도, 흑백 필터의 세밀한 조정도 가능해 원하는 결과물을 다양하게 창조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또, 비슷한 위치나 환경에서 촬영된 사진을 일괄 보정하는 기능도 있다. 원하는 사진들을 불러와 내가 원하는 보정을 선택하고 한 번에 편집할 수 있는 편리함까지, VSCO의 매력은 정말 사용하면 할수록 넘쳐나는 것이 특징. 재미있는 기능들이 많으니 그동안 무언가 아쉬워 묵혀놨던 사진들이 있다면 VSCO 앱을 이용해 새 생명을 불어넣도록 하자.

여행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그 순간을 있는 힘껏 느끼고 오는 게 아닐까 한다. 많은 것들을 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고. 그 나라의 향을 느끼고 이국적인 정취에 취해 한껏 여유를 즐기는 일.

여행의 순간들을 담아오는 건 좋지만, 무거운 카메라를 바리바리 챙겨 사진에 목숨 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눈으로 담아오는 순간만큼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 건 없을 테니까.

글, 사진 에디터 J